인제 영시암 : 속세를 등지고 영원히 화살을 꺾은 선비의 사찰 설악산 수행자의 숨결이 머무는 곳
인제 내설악의 깊은 품에 안겨 있는 영시암은 백담사에서 오세암이나 봉정암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하여, 등산객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쉼터이자 수행자들에게는 지고한 정묵의 공간입니다.
수행자와 불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암자 입니다.
인제 영시암 속세를 등지고 영원히 화살을 꺾은 선비의 사찰 설악산 수행자의 숨결이 머무는 곳 입니다.

1. 영시암의 유래와 이름 속에 담긴 굳은 결개
강원도 인제군 설악산 내설악에 위치한 영시암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문신이었던 삼연 김창흡이 1709년 숙종 35년에 창건한 암자입니다.
영시라는 이름에는 매우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화살을 영원히 꺾어버리겠다는 의미로, 다시는 세속의 명예나 관직에 나가지 않고 산중에 은거하며 수행과 학문에만 정진하겠다는 김창흡의 단호한 결의가 서려 있습니다.
그는 기사환국으로 부친인 영의정 김수항이 사약을 받고 가문이 화를 입자, 세상의 덧없음을 느끼고 설악산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가 이곳에 머문 지 6년이 되던 해인 1714년 숙종 40 11월에 공역을 하던 찬모가 호랑이에게 물려 변을 당하자 춘천으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합니다.
비록 시작은 유학자의 은거처였으나, 이후 불교 사찰로 전향되어 오늘날까지 그 고귀한 정신적 맥락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 고난의 역사와 현대적 중창의 기록
영시암은 그 이름처럼 고요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창건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소실과 중건을 반복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특히 6.25 전쟁 당시 설악산의 수많은 사찰과 암자들이 그러했듯, 영시암 역시 포화 속에 완전히 전소되어 한동안 터만 남은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8년 법전스님의 원력으로 중창 작업이 시작되면서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영시암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삼성각과 요사채가 단정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과거 김창흡이 머물던 소박한 암자의 분위기와 현대적인 사찰의 정갈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폐허 위에서 다시 피어난 영시암은 인욕과 정진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3. 백담사에서 영시암으로 이어지는 사색의 길
영시암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백담사에 도착해야 합니다.
백담사에서 수렴동 계곡을 따라 영시암으로 향하는 길은 약 3.5km 정도로, 완만한 평지와 숲길이 이어져 설악산에서 가장 걷기 좋은 코스로 손꼽힙니다.
길옆으로는 에메랄드빛의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우거진 참나무와 소나무 숲이 천연 지붕을 만들어줍니다.
이 길은 가파른 경사가 거의 없어 사색의 길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걷다 보면 세상의 소음은 점차 멀어지고 발자국 소리와 물소리만 남게 되는데, 약 1시간에서 1시간 20분 정도 걷다 보면 숲 사이로 영시암의 고즈넉한 기와지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산행 초보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 코스는 영시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우리 등산객들은 한계령 휴게소에서 등산을 시작 해서 대청봉 정상을 찍고 소청봉으로 해서 봉정암에 들렀다가 하산을 하면 만나는 영시암 입니다.
백담사 까지는 정말 편한길을 산책 하듯이 하산 합니다.



4. 등산객들의 오아시스 따뜻한 차와 쉼터의 미학
영시암은 봉정암이나 오세암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중간 기착지입니다.
영시암을 기점으로 길은 오세암으로 향하는 험로와 봉정암 수렴동 대피소 방향으로 향하는 길로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영시암 마당에는 등산객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맑은 약수터가 있으며, 맥심 밀크커피도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 드실수 있습니다.
사찰 측에서 제공하는 따뜻한 차 한 잔은 지친 이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줍니다.
특히 영시암은 방문객들에게 자비로운 사찰로 알려져 있는데, 산중 암자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화장실과 쉼터는 고된 산행 중 만나는 최고의 복지와 같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서북주능선의 장엄한 산세를 바라보는 것은 설악산 산행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

5. 주변 경관과 영시암의 사계절
영시암 주변의 자연경관은 내설악의 정수만을 모아놓은 듯합니다.
사찰 뒤편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쪽으로는 수렴동 계곡의 상류가 흐릅니다.
봄에는 연둣빛 신록이 암자를 감싸 안고, 여름에는 계곡의 냉기가 골짜기를 채웁니다.
가을의 영시암은 그야말로 절정입니다.
오색 단풍이 기와지붕과 어우러져 극락정토가 이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겨울에는 고립된 산사 특유의 적막함 속에서 하얀 눈이 덮인 돌담길을 걸으며 진정한 영시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인위적인 화려함보다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건축 배치가 사계절의 변화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6. 마무리하며 화살을 꺾고 얻은 진정한 자유
영시암은 우리에게 내려놓음에 대해 묻습니다.
김창흡이 세상으로 향하던 야망의 화살을 꺾었을 때, 그는 비로소 설악산이라는 거대한 자유를 얻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영시암을 찾는 이유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무거운 화살들을 잠시 내려놓기 위함일 것입니다.
백담사의 북적임을 뒤로하고 숲길을 걸어 도착한 이 작은 암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이번 주말, 복잡한 도심의 소음을 피해 설악산 영시암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곳의 바람과 물소리가 여러분의 지친 영혼을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자연과 하나가 되어 보세요.


